지인이 출연하는 계기로 국립극장에서 이틀간 공연한 [상상력]을 보고 왔다. 그리스로마신화에 한국무용을 접목시킨 상상력 때문에 제목이 [상상력]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상상력에도 큰 자극이 된 좋은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가 본 장충동과 동국대, 국립극장도 반가웠다. 마침 미세먼지도 없어서 산뜻한 수요일 저녁 밤이었다.


출연진 전원이 한국무용 전공자로 구성되었다고 하는데, 주제는 미노타우로스 신화와 제우스, 헤라의 lovehating이다. '프란츠 리스트', '바일', '바흐' 노래 사이에 한국식 타령도 신선했다. (타령이라는 표현이 맞는진 모르겠네) 지인 때문에 꽤나 많은 한국무용 공연을 (반강제로) 문외한치고는 많이 본 편인데, 특히나 한국무용은 이해 자체가 어려운 것들이 많았다. 몸짓보다는 소리와 문자에 밀접한 탓인지, 억지로 집중하다보면 졸린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이번엔 확실히 배경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있다 보니, 몰입도가 높았다. 대사는 없었지만 주제 선정이나 나레이션 각본 등은 되게 좋았다. 



작품 전체적인 색깔은 '핑크' 였는데, drake의 hotline bling 생각이 갑자기 나고 예뻤다. 거기에 약간의 갈색, 그리고 질투의 화신인 헤라는 보라색으로 표현했는데, 셋 다 좋아하는 색깔이었고 조화로웠다. 비치는 옷들 사이로 보이는 팔과 다리의 실루엣을 보며 '신체가 이래서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정말 아름다웠다. 다만 1, 2부가 확실히 분리되고, 2부에서는 헤라와 제우스, 그리고 다른 역할들의 구분이 더 명확했으면 좋았겠다. 대부분 같은 옷만 입고 쭉 가니까 1부 마지막과 2부 초반은 지루했다. 함께 간 화가이자 예술감독(다른 분야)님께서는 색깔, 의상, 그리고 무대 구성이 조금 더 다양했다면 하는 아쉬음을 표하셨다.


국립극장에서 하늘극장은 처음이었는데, 관객석이 많지도 않을 뿐더러 실내 공기도 쾌적 그 자체여서 관람에 불편이 전혀 없었다. 또, 지금까지의 공연들과 다르게 단 한 명도 전화를 보거나, 뭘 먹거나, 사진을 찍거나 하질 않아서 정말 만족스러웠다. 공연을 보면서, 글을 쓰든 작품을 만들든 영상을 만들든 '종합예술'이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인문학도, 미술도, 음악도 그 어떤 것도 안 쓰이는 것이 없다. 참 어려운데, 욕심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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