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로 구현한 가계부. 여러번의 수정끝에 지금까지는 최고의 답을 찾았다.

 

- 퇴사를 결심하고, 마음속으로 준비했던 것이 '가계부'였다. 퇴사하기 전에는 출근도 안 하고, 하는 일에 비해 과분한 급여를 받았기 때문에 소비패턴/생활패턴이 엉망이었다. 완벽한 프리랜서로 거듭나는 시점. 새롭게 시작할 알바의 급여는 회사의 급여에 비해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수기로 가계부를 작성하기 시작한 게 2월이었다.

 

- 수기의 장점은 엑셀에 비해 눈에 더 잘 들어오고 기억에 남는다는 점, 일기를 몰아서 쓸 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지만, 반드시 노트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접근성과 편의성의 문제가 있었다. 내가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정리하는 공간에는 항상 pc가 있었기 때문에, 컴퓨터로 가계부를 작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다.

 

- 어플은 배제. 나는 핸드폰으로 뭘 하는걸 극도로 싫어한다. 그래서 찾은 게 네이버 가계부였다. 완성도가 상당히 높았지만, 지출은 그렇다 치고 소비가 너무 많은 카테고리로 나뉘어있어서 일일이 선택하기 싫었다. 그래서 결국 엑셀을 쓰기로 했다. 소비는 3개의 대분류와 8개의 소분류로 나뉜다. 그리고 카드값이 한도 내에서 얼마나 쓰였는지까지 표기했다. 함수는 sum과 sumifs면 충분. 2, 3월에는 엑셀 파일을 썼는데, 역시나 접근성과 편의성 때문에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사용했다. 아주 만족한다.

 

-  꼭 써야하는 것, 줄일 수 있는 것, 줄여야 하는 것으로 크게 나눴다. 장이래 봤자 먹거리가 대부분이고 나머지는 생필품이다. 식비는 밖에서 먹거나 시켜먹되 '끼니를 때우는' 것이고, 외식은 '굳이 안 먹어도 되는데 당겨서 시켜먹거나 사 먹는' 것이다. '기타 필수'에는 생필품이나 공기청정기 필터 같은 것들을 넣었고, '소비'에는 정말 꼭 필요하진 않은 것들이나 술값도 넣었다. 최대한 소비를 줄이고 싶었다. 편의점에는 담배와 커피, 음료수 정도 들어간다.

 

- 일단 가계부를 쓰면서 돈의 흐름이 한 눈에 들어와서 좋다. 그리고 "저축"을 따로 떼놓았기 때문에 그 돈은 안 건드릴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럽다. (전에는 따로 빼놨다가도 스르륵 꺼내 쓰곤 했다.)  스스로 기록하기 부끄러운 비합리적인 낭비나 방탕함을 100% 막진 못하더라도 자극은 된다. (지난주에 10만 원 넘게 몇 차에 걸쳐 술 먹은 걸 쓰면서 정말 속이 아렸다.)

 

- 전반적으로는 월세를 제외하면 필수소비는 적절한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 편의점도 담배값을 생각하면 자전거타고 알바 오며 가며 커피 사 먹는 정도로 괜찮다. 커피가 은근히 많아서 놀랐다. 그렇지만 책을 읽거나, 누굴 만나거나, 생각을 정리하면서 마시는 것이기 때문에 그다지 줄일 필요는 못 느낀다.

 

- 소비도 전반적으로는 PC나 카메라 관련 장비, 생활용품, 자전거에 쓴 취미가 큰데 다음 달에는 굳이 쓸 일 없으니 괜찮다. 큰 출혈은 어차피 심사숙고가 필요하니 괜찮다. 문제는 "외식"이다. 식비의 2배 가까이를 외식으로 썼다. 시켜먹는 게 너무 크다. 삶을 윤택하게 해 준 편의점, 커피를 합친 것 보다도 많고, 식비보다도 많다. 장보기 보다도 많다. 충격이다. 이번 달에 카드값이 좀 더 나왔는데, 전달에 가계부를 쓰고 소비가 좀 줄어 안심하고 뭔가 팡팡 쓴 느낌이다. 다음 달은 여러모로 돈 나갈 곳이 많아 긴축재정이 필요해 보이는데, 배달의 민족 어플을 지우고 외식을 하지 않겠다. 또, 카드 한도를 지금의 반으로 줄여야겠다. 다음 달에 봅시다. 끝.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