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강릉 여행에서 내게 가장 큰 감동을 준 것은 호텔의 베개였다. 기대건 눕건 나를 포근하게 받쳐주는 그 느낌. 집에 돌아온 당일로 '호텔베개'를 검색해서 헝가리 거위털 1000g, 50x70 사이즈, 10만원대의 호텔베개를 구매했다. 알아본 바로는 거위털이어야 하고, 최소 1000g은 되어야어느 정도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호텔베개의 구성은 큰 거 하나와 작은 거 하나인데, 아마 1500~2000g은 되어야 큰 호텔 베개의 느낌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3개월간 정말 행복하게 썼고, 만족했다. 다만 조금만 높았으면 (두꺼웠으면), 혹은 하나가 더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합리적이고 똑똑한 친구에게 역시나 호텔베개를 포교하고 있던 와중에 내 베개의 가격을 듣더니 친구가 똑같이 1000g 거위털인데 훨씬 저렴한 제품을 찾아냈다. 원래는 무인양품의 베개가 2만원대라는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조사해보니 거긴 아쉽게도 물새털이었다. 대신 친구가 찾아낸 사이트는 구스페더 1000g이었고, 내가 샀던 베개의 1/3정도 가격이었다. "이거다" 싶어서 바로 질렀다. 그리고 오늘 배송이 왔다. 잠깐 낮잠 때리고 바로 리뷰한다.

결론.

나는 두 제품을 모두 가졌고, 행복하게 쓸 것이다. '아 싼 거로 2개 살걸'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한데, 지난 3개월간 높아진 내 수면의 질에 너무 만족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다만 누군가 호텔베개를 알아보고 있다면, 적당한 가격으로 2개 사서 겹쳐 쓰시길 권한다. (난 혼자 사는 입장에서 2000g 정도 되는 두꺼운 베개 하나를 판다면 그걸 가장 사고싶다)

10만원짜리를 정말 잘 써왔고, 앞으로도 쓰겠지만, 7만원의 차이를 감수할만큼의 압도적인 성능을 느끼진 못했다. 가성비가 주는 만족감이 갬성보다 크다. 10만원짜리를 처음 받았을 때, 눌렸던 자리가 복원이 바로 되지 않아 팡팡 쳐가며 썼는데, 오히려 3만원짜리가 복원력은 뛰어난 편이다. 내 생각에 10만원짜리는 아마 제대로 자연산 털들을 모아서 쓰는 것 같고, 3만원짜리는 특수한 어떤 공정을 거친 것 같다.

약간 셔틀콕 생각이 난다. 플라스틱 형광 날개를 가진 셔틀콕이 관리도 편하고 기능도 어느정도 하지만, '셔틀콕' 하면 아무래도 깃털 셔틀콕인 느낌? 둘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느끼며 가격에 대해 만족을 할 수도 있겠지만 가성비측면에서 3만원짜리를 두 개 싸서 쓰는 것이 훨씬 괜찮은 선택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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