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서비스센터는 정말 미친듯이 친절하고 빠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갤럭시 버즈를 3일 쓰고 반품했다. 

 

1) 블루투스 이어폰은 엄청 편리하다. 집에 돌아와 옷을 입고 벗을 때의 그 신세경이란. 마스크를 써야 하는 요즘은 더욱 그 편리함이 도드라진다. 그런데, 내 귀는 이상하게 에어팟이 호로록 빠져버리게 설계되어있다. 남들이 신나게 에어팟으로 편리함을 누릴 때, 1년이 넘게 이어폰의 베베 꼬인 줄을 풀면서 침만 삼켰다. 그러다 드디어! 갤럭시 버즈가 나온 것이다. 아이폰을 쓰기 때문에 잠시 고민했지만, 내게 맞는 '커널형' 블루투스 이어폰이었기에 고민 없이 질렀다. 드디어 나도 블루투스 이어폰을 쓰는구나!

 

2) 갤럭시 버즈가 도착했다. 페어링은 무난하게 됐다. 그런데 노래 한 곡을 듣기도 전에 왼쪽이 버벅인다. 전화기는 책상 위에 있고, 바로 앞에 앉아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불편한 동거를 시작했다. 내가 가진 유일한 안드로이드 기기인 갤럭시탭으로도 확인해봤으나, 버벅임은 마찬가지였다. (ios 기기보다 조금 더 낫긴 했지만!)

 

3) 신기하게도 택배를 받고 나서 이틀 동안 안드로이드 기기를 가진 사람들을 네 명이나 주르륵 만났다. 10E, 9, 노트9, 심지어 J7까지! 모든 기기에서 갤럭시 웨어러블을 설치하고, 초기화를 한 뒤, 펌웨어를 업데이트 했다. 분명 사람들의 기기에서 한 곡을 들을 때는 문제가 없었다. 안심하고 다시 아이폰과 페어링을 해 봤지만 결국 또 버벅였다.

 

4) 자전거를 많이 타기 때문에, 한 쪽만 꽂고 타서 그냥 쓸까도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20만원을 주고 산 기기가 반쪽자리는걸 순순히 받아들이기는 싫었다. 끊김 관련 이슈를 보긴 했지만, 설마 삼성이, 에어팟을 잡겠다고 내 놓은 기기가 이렇게 큰 결함을 갖고 있을 거라고도 생각이 되지 않았다. 대체 뭘까... 오늘 나는 설레는 맘으로 삼성 서비스센터에 방문했다.

 

5) 직원분은 흔쾌히 결함을 인정하셨고, 미리 셋팅해놓은 새 기기로 바꿔 주셨다. 미리 세 시간정도 본인의 기기로 테스트해보셨다고 한다. (당연히 안드로이드) 그리고 신나서 페어링을 해 봤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끊겼다. 그리고 나는 환불을 결심했다. 기기 불량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부탁드렸다.

 

6) 신기한 건, 난 분명 다른 곳에서 구입했는데 (삼성과 관련 없는 쇼핑몰) 그 자리에서 바로 환불을 약속해주신 것이다. 이 지점에서 삼성이 버즈의 실패를 인정했다고 생각한다. 직원분이 정말 친절하셨고, 프로세스도 빨랐지만, 삼성이 버즈의 결함을 이렇게 순순히 받아들이고 굳이 삼성 공식몰을 통해 구입하지 않은 기기까지 바꿔주다니?! 삼성이 대인배이기 때문인걸까?

 

7) 아쉬운 건, 직원분이 조심스럽게 내 아이폰의 문제일 가능성을 제기하셨다는 것이다. 이것은 틀렸다. 내 갤럭시탭으로 끊기는 것을 증명했으니. 이 얘기만 따로 안 하셨더라면 6)에 대해 좀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을텐데... 무튼, 내가 구입한 내역과 내 통장 사본을 보내드리고 동의서를 한 장 작성하면 환불 절차가 완료된다.

 

8) 버즈가 커널형이라서 빠지지 않는다는 점, 디자인과 음질 모두 만족했다. 그러나 블루투스 이어폰의 기본인 블루투스 연결에 문제가 있다니... 페어링이 문제인지 블루투스 자체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에어팟의 대항마로 삼성이 야심차게 내놓은 기기인데 너무 실망스럽다. 서비스센터 직원분들의 황송한 친절함, 전문성은 그렇게 잘 갖춰 놓고는... 정작 기기가 너무 큰 결함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9) 에어팟이 맘에 안 들거나, 에어팟을 쓸 수 없는 사람 중에, 갤럭시 버즈를 잘 쓰시는 분이 있다면... 정말 진심으로 부럽다. 잘 쓰시길. 젠하이저에 상위호환 모델이 있다고 들었는데 조금 더 알아봐야겠다. 끝.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