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


오늘의 내 기분을 망친 건 아주 작은 일들이었다. 업무에서의 작은 지적과 부정적인 피드백. 내게 더 소중한 사람에게, 내게 작게 소중한 사람이 행한 잘못을 전해들었을 때의 작은 불쾌함. 작게 미뤄진 약속과 작게 꼬인 나의 타임라인. 평생으로 봤을 때 그 지적은 아주 작은 것이며, 그 불쾌함은 아주 작은 감정이며, 미뤄진 시간은 아주 작은 시간에 불과할 것이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맘에도 없는 말을 빌려다 내 왼쪽 자리에 아로새긴 요즘의 나로서는 충분히 넘길 수 있고 티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작지 않은 불쾌감으로 하루를 낭비했다. 평생에서의 하루일지라도, 나는 작지 않은 시간을 헤매다 억지로 잠을 청했으며, 다시 깨서는 작지 않은 시간을 혼란스러워했다. 돈을 벌기 위한 일이든 나를 위한 일이든 그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내가 했던 모든 노력들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그 노력들이 정말 작게 느껴졌다.  위에서 누군가 날 내려본다면 나의 도전과 실패와 좌절과 회복 모두가 얼마나 작게 보일지 새삼 주눅이 들었다. 


난 작지 않다. 그러나 사춘기가 지나면서 키 말고도 사람의 작음을 평가하는 기준이 많아졌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실패 이후 나는 매우 작아졌다. 그리고 황금같은 젊은 날 일 년을 낭비하고서는 작은 것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도 사라졌다. 그저 더 작아지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오며 내가 했던 작은 움직임들이 누군가에게는 꼬물거림으로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아찔했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나에게 애완동물이 될 수 있는 기준의 상한선은 물고기 정도다. 그 외에는 그 동물들을 혼자 둬야 하는 현대인으로서 키워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작게나마 나는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동물'은 전부 애완동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기준의 상한선일 것이다. 요즘 돈이나 권력을 손에 쥔 사람들은 사람도 애완동물처럼 다룬다. 아니, 애완동물보다 못하게 다룬다.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내 삶이 모두 그들의 애완동물보다 못한, 아주 작은 것일까봐, 아니 그럴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파악할 정도는 똑똑하다고 믿기 때문에, 매우 불쾌했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는 오늘 아주 작다.

아주 아주 작다.

너무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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