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은 나만의 소중한 휴가지다. '나만의'라 하기엔 너무나도 유명한 곳이지만, 머리가 복잡할 때면 훌쩍 떠나는 곳이 강릉이다. 서울에서 2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고, 강릉역이나 버스터미널에서 택시로 해안가까지 갈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거기에 낯선 것에 적응하는 일을 귀찮아하는 내 성격도 한몫한다. 이번 여름에는 자주 찾던 안목해변이 아니라 경포해변에 갔었는데, 그 때 <골든 튤립 스카이베이 경포>가 들어선 것을 처음 보곤, 겨울에 꼭 오겠노라 다짐했다. 서울의 작업실과 집에서는 아무리 시간을 내도 무엇인가에 주의를 뺏기기 마련. 머리를 식히고 바닷바람을 쐬기 위해 강릉행 버스를 탔다.


12월 일요일 저녁, 12만원. 호텔스컴바인에서 며칠 전에 예매했다. 객실은 DELUXE, EXECUTIVE, SUITE로 나뉘는 모양인데 제일 싼 DELUXE였다. 오션뷰와 레이크뷰가 있는데, 처음엔 레이크뷰였다. 호수도 보기 심히 좋았지만, 베란다 구석에 이전 투숙객이 남긴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있었다. 화장실에서도 청소가 미흡한 흔적이 발견됐다. 갑자기 찝찝해져서 프런트에 전화를 했다. 프런트 직원분은 바로 사과하고, 친절하게 방을 바꿔주셨다. 바뀐 방은 오션뷰였고, 등급은 모르겠다. 안내해주시는 직원분도 친절하게 즉각 조치를 취해주셔서 감사했다. 이런 좋은 위치의 이런 좋은 호텔에서 청소 실수라니. 직원분들의 친절함과 신속함이 퇴색되는 느낌이라 아쉬웠다.


강릉으로 피하면 미세먼지가 좀 덜할까 싶었는데 서울이나 똑같았다. 그래도 창문을 활짝 열고 바닷소리를 들었다. 침구류가 정말 맘에 들어서 베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서울에 돌아온 이후 계속 베개를 알아보고 있다. 호텔 입구에서 바로 담배를 필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비수기 일요일 밤이라 그런지 승객이 없어서 왔다갔다 하기도 편했다. 초반의 불쾌한 해프닝을 제외하면 상당히 만족스런 1박 2일이었다. 다음 날 갑작스럽게 비가 와서 해안도로 따라 걷고자 했던 소원은 못 이뤘지만, 덕분에 지난 몇 개월도 정리하고, 이번 한 주도 상당히 활기차게 잘 마무리했다. 경포를 간다면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하지만, 여러모를 따져 봤을 때 역시 나는 안목해변이 더 좋은 것 같다. 


*조식 부페는 원래 3만 3천원인데 환불 불가 등의 조건으로 2만 5천원에 해주셨다. 늦게 잘 것 같고, 어디 나가기도 귀찮고, 근처에 먹을 곳도 없어보여서 그냥 선택했다. 20층 꼭대기에서 좋은 경치를 구경하며 먹을 수 있었는데, 그냥 평범 그 자체의 조식 부페다. 조금 부지런 떨 자신이 있다면 굳이 안 먹어도 된다. 그냥 20층 올라가서 수영장 구경만 해도 충분하다. 여기저기 찾아봤는데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서 정보 공유 차원에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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