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화를 사려고 하면, 다양한 모델명 때문에 고민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는 기능성과 개성을 살려 유저들에게 다양한 모델을 제공기 위함이기도 하고, 제조사의 후원을 받는 다양한 선수들을 하나의 축구화 라인으로만 소화하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라인들을 축구화에서는 사일로(Silo)라고 한다. 핵 격납고라는 뜻인데, 왜 축구화 라인으로 활용되는지는 모르겠다. 무튼, 나이키 축구공의 역사를 정리하다 재밌어서 나이키 축구화 종류와 각 사일로의 역사까지 정리하게 됐다. 2018년 현재 나이키는 크게 아래 네 종류의 축구화 사일로를 제공한다.



1. 머큐리얼 (Mercurial)

2. 하이퍼베놈(Hypervenom)

3. 티엠포 (Tiempo)

4. 마지스타 (Magista)


1. 머큐리얼 (Mercurial)



속도와 가벼움, 머큐리얼이다. 대표 선수는 호나우두, 호날두, 네이마르, 이청용이다. 98년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호나우두에게 새로운 축구화를 신기면서 스타트를 끊었고, 역사와 전통을 가진 대표 사일로다. 모든 축구화가 그렇지만, 경량화와 신소재 적용에 있어 최첨단을 달린다. 얇고 가벼운 소재의 표면을 활용하는 데서 발전해서 현재는 양말같은 감촉의 플라이니트(Flyknit)에 이르렀다. 대표 선수들의 면면에서 알 수 있듯, 빠르게 드리블 하면서도 볼터치를 원활하게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2. 하이퍼베놈(Hypervenom)



파워 그 자체, 하이퍼베놈이다. 대표 선수는 레반도프스키와 해리 케인, 이영표(현역시절에는 하이퍼베놈 이전 라인인 T90을 신었고, 현재는 종종 하이퍼베놈을 신는다). 원래 네이마르에게도 지급되었지만, 네이마르는 불편했는지 머큐리얼로 돌아갔다. 머큐리얼이 전통의 강자라면, 하이퍼베놈은 다크호스라고 볼 수 있다. 머큐리얼과 함께 나이키 축구화 사일로를 대표하던 전통의 강자 T90 시리즈를 밀어내고 2013년 부터 나이키 사일로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T90이 대놓고 축구화에 견착지점을 표시했고, 웨인 루니나 토레스 등이 착용했던 것을 보면, 파워풀한 슈팅이나 킥을 즐겨 쓰는 선수들을 위한 사일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드러운 표면과 혓바닥을 자랑하며, 스우시나 디자인에 있어서도 혁신적이었다. 파워풀한 슈팅과 부드러운 볼터치를 돕는 인체공학적 설계와 포론 폼 포드 (Poron Foam Pods)가 하이퍼베놈의 강력한 무기다.




3. 티엠포 (Tiempo)



클래식한 편안함의 티엠포다. 대표 선수는 제라드 피케와 세르히오 라모스, 그리고 박지성이다. 머큐리얼보다도 빨리 출시되었으나 투박한 생김새나 평범한 기능성 때문에 인기가 그저 그랬다고 한다. 약 10년 후에 볼터치와 착용감이 향상되고 나서야 나이키 사일로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전통적인 천연 가죽을 사용하면서 실밥을 최소화하는 최신 기술의 적용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풋살화부터 축구화까지 쭉 티엠포만 신었기에 다른 축구화와의 차이점은 모르지만, 티엠포가 매우 편안하다는 것 하나는 보증한다! 


4. 마지스타 (Magista)



컨트롤을 위한 축구화, 마지스타다. 마지스타의 뿌리가 되는 이전 사일로의 이름부터 CTR 360이다. 360도 모든 방향에서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뜻. 대표 선수는 이니에스타와 마리오 괴체, 기성용이다. 대표 선수들의 면면만 봐도 사일로의 지향점, 방향전환과 컨트롤이 보인다. 플라이니트(Flyknit) 소재와 기존 축구화에서는 볼 수 없던 화려한 디자인을 실험해본 축구화이며, 머큐리얼이나 하이퍼베놈이 극도로 화려한 대신 좀 불편한 느낌이 있기 때문에, 적당히 예쁘면서도 발의 편안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사일로 별 등급 구분



축구화의 사일로를 결정했다 해도 아직 관문이 남았다. 소위 말하는 '보급형' 부터 '고급형'의 모델명이 다 다르고 그 안에서 또 '맨땅용'과 '잔디용'이 다르다. '티엠포 레전드 FG'와 '티엠포 레전드 AG', '티엠포 리오5 HG'가 각각 다른 축구화라니. 가격도 차이나고, 거기에 맞는 스터드(뽕)까지 선택해야 하니 너무 어렵다. 선택을 가볍게 해주는 스터드부터 먼저 알아보면, 크게 FG, HG, SG, AG, 그리고 TF가 있다.


- FG (Girm Ground) : 잔디 위주, 인조잔디에서도 사용 가능. 맨땅에서 사용하면 뽕이 녹아내려서 지우개라고 불린다. 요즘엔 인조잔디가 많아져서 많이들 신는 모양이지만 아무래도 선수들이 많이 쓰지 않을까 싶다.


- HG (Hard Ground) : 천연잔디를 위한 축구화지만 맨땅이 많은 우리나라 환경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FG보다는 뽕이 낮고 단단하지만 아스팔트나 맨땅에서 축구하다가 발목 다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 SG (Soft Ground) : 부드럽거나 질퍽한 땅에 적합해서 알루미늄을 많이 쓴다. 11:11 정식 경기를 뛰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지만 쇠뽕을 일반인이 쓰면 부상 위험이 높을 것 같다. 또, 맨땅에서는 잘 부러질 수 있다.


- AG (Artificality Ground) : 마찰열이 많이 일어나는 인조잔디용. 이제 한국도 맨땅은 많이 벗어나 인조잔디 구장이 많기 때문에, 수요가 많다.


- TF : 흔히 말하는 풋살화로, 터프화라고 불린다. 나나 주변에서는 인조잔디에서 풋살화를 신고 많이 했다. 잔뽕이라고 해서 오돌도돌한 돌기가 많고, 잘 닳지도 않으며 맨땅에 대한 저항도 좋다. 대신 가벼움이나 부드러움에선 확실히 떨어진다. 가격도 가장 저렴한 편. 농활가서 신어도 문제 없을 만큼 전투화로도 좋다.


스터드는 어차피 자신의 주경기장(?)이 정해져 있어서 한 번만 정하면 된다. 진짜 정해야 할 것은 나이키의 다양한 축구화 사일로다. 원래 나이키는 머큐리얼, 하이퍼베놈, 티엠포, 마지스타 별로 각기 다른 모델을 나눠놓았기 때문에 경우의 수가 15가지 가까이 됐다. 다행히 2018년 2월부터 나이키는 사일로 내부 등급에 통일성을 주기 위해 엘리트 / 프로 / 아카데미 / 클럽의 4단계로 구분한다. (엘리트가 1등급, 클럽이 4등급). 대강 가격대로도 구분이 가능하며, 일반인은 최대 아카데미 수준이면 떡을 칠 것이다. 이렇게 간소화(?)된 나이키의 축구화 라인을 총 정리해보면 2018년 현재 다음과 같다.


- 머큐리얼 베이퍼 12 (엘리트~클럽)

- 머큐리얼 베이퍼 슈퍼플라이 6 (엘리트~클럽)

- 하이퍼베놈 팬텀 3 DF (엘리트~아카데미)

- 하이퍼베놈 팬텀 3 (엘리트~클럽)

- 티엠포 레전드 7 (엘리트~클럽)

- 마지스타 오브라 2 DF (엘리트~아카데미)

- 마지스타 오브라 2 (엘리트~클럽)


각 사일로 별 숫자는 현재까지 진행된 버전을 의미한다. DF는 수비수가 아니고 Dynamic Fit이라 해서 양말같은 느낌의 발목 부분이 있냐 없냐 유무이며, DF가 조금 더 고급으로 클럽 라인은 제공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머큐리얼 슈퍼플라이는 머큐리얼 사일로 중에서도 최첨단이며 최고가이기도 하다. 이렇게 큰 갈래 안에 CR7 등 세부 항목들이 많지만... 다음부터는 사일로 별 역사와 특징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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