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발표되자 유럽 전역의 젊은이들이 유행처럼 죽어나간 사건 이후 유명인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하는 현상을 이르는  '베르테르 효과 Werther Effect'가 등장했다. 미디어이론에는 미디어의 이미지나 메시지가 뇌에 작용해서 사람들의 인식틀이나 행동패턴을 변화시킨다는 '주사바늘 효과 Hypodermic Effect''마법 탄환 효과 Magic-bullet Effect'라는 이론이 있다. 미디어 환경 A가 폭력적 행동 B의 근본 원인까진 아니어도, 주요 요인이 된다는 '방아쇠 효과 (점화 이론)'도 있다. 이런 이론들은 크게 '장기 효과 Long Term Effeects''강이론 Powerful Effect'의 갈래가 되는데, 장기적으로 미디어의 자극적 폭력에 노출된 현대인들이 과거에 비해 폭력을 용인하고, 문제해결의 수단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런 위기의식이 발현되고 사회적으로 퍼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최근 와서는 이런 직접적이고 강력한 효과를 주장하는 미디어이론들이 널리 인정받지 못하는 추세라고 한다. 미디어의 수용자를 너무 무기력하고 수동적이며 비이성적인 존재로 보기 때문이다. 미디어의 위력이 강력한 것은 맞지만, 오늘날 미디어의 힘은 생산자/소비자 등의 주체들 뿐만 아니라 국가사회적인 거대 시스템의 관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 Michael Moore는 <볼링 포 컬럼바인 Bowling For Columbine, 2002>에서 컬럼바인 고등학교의 총기난사 사건과 이를 보도하는 미디어의 자극적 행태와 악마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마릴린 맨슨이 아니라 미국의 총기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 당시의 정세가 우선 고려되어야한다고 말했다. '추악한 본질'과 '큰 그림'을 외면한 채, 마녀사냥을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침묵의 나선 Spiral of Silence' 이론이 말하듯이,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더 많은 수용자들이 있다. 유튜브를 보더라도 조회수보다 댓글 수가 높은 영상은 없다. 아직도 대중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여지가 남아있다. 미디어는 미디어 그 자체일 뿐,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게 되는가' 이다. 여기에는 권력이나 언론의 의도가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능동적이고 비판적인 수용자, 공정하고 객관적인 언론이 필요한 이유다. 미디어는 넘쳐나고, 이젠 기계까지 알아서 보라고 가져다 준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보기만 한다면 누군가의 의도대로 내 시간과 시각을 소모해버릴 수 있다. 그러기엔 인간이 가진 비판적 사고능력이 너무 아깝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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