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시사IN] 2020년 4월 호, 이종태 기자의 기사

'코로나19가 불러온 사상 초유의 통화정책'을 읽고 갈무리.

1. 우한 폐렴은 세계 시민들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국가 간 인력과 물자의 이동이 단절되었고, 돈이 돌지 않는다. 유례없는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서방 국가들은 새로운 경제정책을 꺼내들었다. 재정정책의 성격을 뜬 통화정책이 그것이다. 재정정책은 신속하게 빈곤을 개선할 수 있지만, 혜택을 받는 계층이 나뉠 수 있으며 선심성 정책으로 악용될 수 있다. 국가 부채도 증가할 수 있다. 통화정책이 재정정책에 비해 다소 둔탁할지라도 지금까지 서방 국가들은 대체로 통화정책을 선호했다. 정부는 금리만 조절하면 되고, 부채를 질 필요가 없으며, 형식적이나마 모든 시민이 금리에 영향을 받으므로 통화정책이 민주공화정의 원리에도 맞기 때문이었다.

2. 양적완화는 행정부가 중앙은행에서 결과적으로 돈을 빌리는 형식이 되므로 순도 100%의 통화정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은 양적완화 덕분에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벗어났다. 미국 연준은 2008년 이후 최초로 양적완화 카드를 다시 꺼냈다. 단순히 중앙은행이 민간은행의 국채를 사는 것을 넘어서 이번엔 확실하게 유동성 공급을 선언했다.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금액"을 쓰겠다고 사실상 무제한 지출을 예고했다. 민간기업의 회사채, 파생금융상품(ABS)까지 모조리 사들이며 시장의 유동성 확보에 여념이 없다. 이는 EU도 마찬가지고, 특히 정부 지출에 보수적이었던 독일까지 팔을 걷어붙이며 나섰다. 각국 정부는 어떻게든 돈을 더 많이 조달하고, 더 많이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3. 우한 폐렴 사태는 해외 주요 국가들로 하여금 새로운 재정정책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정부와 중앙은행 사이에 약하게나마 유지되고 있던 독립성이 옅어지게 됐다. 아직까지 정부와 중앙은행 간의 직접적인 국채 거래는 없으나, 간접적인 국채 거래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더 많은 재정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바뀔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우한 폐렴이 기존의 국가 경제 운영 방식마저 바꿔놓을 수 있다. 끝.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