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미지북스에서 나온 천관율의 [천관율의 줌아웃]에서 관련된 내용을 정리함. 

이젠 개좃밥이 되어 뿔뿔이 흩어진 일베지만, 어딘가에서 그들만의 '팩트'로 무장하여 키보드로 싸우고 있을 것이다. 바퀴벌레가 그렇듯이. 얘들뿐 아니라 자기만의 논리구조와 근거를 가지고 싸우는 애들은 무섭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틀린 말은 아닌데 부분적인데 집착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리고 스스로의 모습에 도취되는 경향도 강하다. 그럴수록 정확히 알고, 침착하게 대처해야 한다. 모기를 잡을 때 팔을 막 휘두른다고 해결되지 않듯. 20대 중반에 일베의 지랄병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되게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다.

일베는 그냥 벌레새끼들이 아니다. 나름의 예측 가능한 논리를 갖고 있다. 일베의 주적은 여성, 좌파, 호남인데 한국에서 소수파인 이들이다. 일베가 보기에 그들은 의무는 다하지 않고 권리는 과도하게 요구한다. 데이트 비용, 좌파의 떼법, 호남의 뒤통수 뭐 그런 식이다. 일베의 눈에 그들은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에 기여한 바가 없는 2등 시민이다. 주류인 남성, 산업화 세력, 영남은 국가에 기여했고, 합당한 보상을 받았다. 그런데 비주류들이 권리를 내세워 기여한 것보다 더 큰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일베의 사고 체계에서 그들의 혐오와 조롱은 소수자 혐오가 아닌, 무임승차 혐오다. 사회 전체에 해를 끼치는 무임승차를 징벌한다는 '강력한 당위'를 가진다. 바퀴벌레답지 않게 사회 시선에 움츠러들거나 숨지 않고 당당하게 광화문에서 폭식 투쟁 따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다. 주적들이 가졌던 특권은 무엇인가. 대학 특례 입학, 보상금 문제 등이다. 이전엔 5·18 희생자 유가족이 대상이었고, 이후에는 세월호 유가족이었다. 천안함 유가족은 희생당했는데, 주적들은 특권을 누린다는 것이다. 이런 일베의 시각은 일베를 초월하여 폭넓은 공감을 사는 힘이 있었다. 중도층에게는 감정 소모가 꽤 큰 세월호 감정이입에서 벗어나고 싶던 차에 마침맞은 탈출구였다. 

그럼 일베는 어떻게 이 논리를 자연스레 습득했을까? 분석에 의하면 일베는 아버지의 삶을 거의 그대로 내면화한다. 보통의 젊은이라면 아버지와 권위에 반항할법도 한데, 그런 게 없다.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온 아버지의 서사를 자랑스러워하고 닮고 싶어 하는 것이다. 권위주의 산업화 시대의 산업 사회를 버텨내고, 서울에서 살아남은 아버지들의 교훈은 이것이었다. "센 놈에 붙어라." '국가와 아버지'에 대한 순응은 소수자 혐오의 동력이 된다. 자기가 속한, 속하고 싶은 집단이 압도적이어야 하니까. 무임승차 혐오는 정당화를 위해 갖다 붙일 뿐이다. 그렇게 '구조맹'이 되어 여성의 유리천장, 호남의 지역차별에 대해 개인의 노력 부족 도장을 찍어버린다.

일베는 시기적으로 적절하게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세금 도둑' 딱지를 붙일 수 있었다. 당시 담뱃값 인상과 공무원 연금 등 세금 관련 이슈들이 활발했다. 일베를 제외한 평범한 사람들은 딱하다는 공감대 하나로 유지되고 있었다. 일베는 '특혜' '혈세 낭비' 등의 단어로 철저하게 이 틈을 노리고 들어와, '무임승차하는 세월호 유가족'을 고립시켰다.

일베의 생각과 논리가 자연스레 젖어들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이 매우 건조한 신뢰의 사회, 저신뢰 사회이기 때문이다. 내 주머니에서 꺼내간 세금을 어디에 쓸지도 모르는데, 인터넷에서 보니 그게 세월호 유가족들과 학생들의 특혜로 들어간다고? 가뜩이나 시끄럽고 우울한 기분이라 짜증났는데. 하는 식은 아니었을까? 근데 여기에서도 100% 일베충 타령만 하는 건 걔넬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지. 걔넨 적절한 시기에 적절하게 잘 파고들었을 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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