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났지만 딴짓하고 주저하다 보니 어느덧 10시가 다 됐다. 7시에 일어났는데 시간을 많이 낭비했다. 11시쯤 비밀의 숲 9화를 넷플릭스로 다운로드하고 출발했다. 새로 산 선크림을 듬뿍 발랐다. 시세이도 말고 저렴한 제품은 제대한 후로 처음 써봤는데, 허옇게 되는 것이 군인 시절 생각이 났다. 근데 또 이렇게 발라야만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
수건도 새로 샀다. YES24에서 책을 사고 선물로 받은 손수건도 좋았는데 얇아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이번엔 아예 작은 크기의, 두께감이 있는 수건을 샀는데 굉장히 만족스럽다. 음료수를 하나 사서 급경사 쪽으로 올라갔다. 한참 헉헉대고 있는데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동생은 많이 당황했는데, 자초지종을 듣고는 웃더니 잘 다녀오라고 했다.
오늘도 평소에 안 가본 길로 가봤다. 역시나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낯설었다. 산꼭대기에 공원과 화장실이 굉장히 잘 갖춰져 있었다. 초입 이후부터는 분명 몇 번 와봤던 길인데도, 거꾸로 올라가니 아예 처음인 것처럼 낯선 게 신기했다. 내려오는 길은 익숙한 길이고 사람도 많았다. 산에 오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거의 쓰지 않는다. 숨찬 건 알겠는데, 이해는 되지 않는다. 산뿐 아니라 어디서든 무책임한 사람들에겐 꼭 그대로 돌아가길 바란다.
바람도 불고 날이 좋았다. 햇살 정말 뜨겁긴 했지만, 이제 여름이 가는게 느껴진다. 비가 많이 오고 습했긴 했는데 역시 그렇게 더운 건 못 느꼈다. 주저하고, 가기 싫었는데 다녀오니 또 힘을 얻고 하루를 산다. 하루는 아주 짧은 순간에 바뀌었다. 그리고 한 시간 다녀온 덕분에 남은 시간들이 값져졌다. 하루도 인생도 순간, 짧은 시간에 바뀔 수 있는 것 같다.